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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letter No.20 2023 May

따뜻한 그늘 - 지극히 개인적인 싱글몰트 위스키 ‘시음’ 방법에 관하여

김민성 (서울대병원)

개인적으로 싱글몰트 위스키에 관심을 가지고 이런저런 공부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수집 활동을 시작한 시기는 서울대병원에서 펠로우 생활을 마치고, 경상대병원에 첫 발령을 받았던 2015년 그해 겨울쯤이었던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 이라는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아서 싱글몰트 위스키에 입문을 하게 되었다고 멋지게 말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당시에는 그런 책이 있는지 조차도 몰랐다. 당시를 떠올려보면, 소주, 맥주를 매일매일(?) 마시다가 ‘이렇게 소맥만 막 퍼 마시지 말고, 좋아하는 술을 정해 ‘시음’이란 것도 하면서! 수집도 하는 취미를 한번 가져보자!’ 하는 생각으로 개인적인 위스키 라이프가 시작되었던 거 같은데, 그렇게 시작된 취미 생활이 지금은 싱글몰트 위스키만 100병 가까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가(?)가 되어버렸다.

<개인적인 싱글몰트 위스키 진열장과 연례 행사로 하는 파라핀 필름 작업 중 한 컷>

굳이 싱글몰트 위스키를 취미로 가지게 된 이유는 와인처럼 너무 어렵지 않고 도수는 꽤 높으면서 여러가지 특색 있는 맛과 향을 가지고 있는 주(酒)종을 찾다 보니, 싱글몰트 위스키가 제격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위스키에 대한 이력(?)으로 인해, 뉴스레터에 실을 위스키 관련 원고를 요청받았을 때, 어떤 주제로 위스키 이야기를 해볼지 이런저런 고민을 해보았다. ‘위스키의 역사’ 라는 다소 고리타분한 주제부터 ‘위스키 싸게 사는 법’과 같은 실용적인 주제, 그리고 ‘위스키가 와인보다 좋은 10가지 이유’ 같은 수많은 와인러버(WineLover) 분들에게 혼날 수 있는 전투적인 주제까지 여러 가지 주제를 생각해 보았는데, 아무래도 서두에 언급하였던 것처럼 개인적으로 싱글몰트 위스키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와도 같은 ‘시음’ 이라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보면 좋을 거 같아서, ‘싱글몰트 위스키 시음’이라는 주제를 정하였다. 혹 저를 잘 아시는 분들은 ‘민성이가 무슨 위스키 시음이야? 위스키 병째로 다 퍼 마시면서~’ 라고 웃음 짓고 계신 분도 계시겠지만, 결국 병째로 다 퍼 마시게 되더라도, 어쨌든! 시작은 항상 ‘시음’으로 시작되기에 개인적으로 싱글몰트 위스키를 시음할 때 생각하는 것들에 대하여 이야기를 조금 풀어보고자 한다.

1. 싱글몰트 위스키 시음 순서

싱글몰트 위스키를 시음할 때 한 종류를 시음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3~4종류의 싱글몰트 위스키를 동시에 시음해 보는 것이 각 위스키의 특징과 차이점을 느끼기에 좋은 거 같다. 시음 순서를 정할 때, 개인적으로는 숙성 연수가 짧은 것부터 오래된 것 순서로 하는 편인데, 아무래도 숙성 연수가 짧은 것이 위스키에서 느껴지는 아로마(향이나 맛)가 전반적으로 좀더 가볍고 숙성 연수가 오래될수록 좀더 진하고 강해지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위스키를 시음할 때에 순차적으로 각 위스키 고유의 아로마를 구별하고 즐기기에 좋기 때문이다. 다만, 싱글몰트 위스키 제조 과정 중 맥아(싹을 틔운 보리)를 건조할 때, 이탄(Peat, 피트)이라는 천연연료를 이용하는 경우 이탄향, 즉 피트향이 맥아에 스며 들게 되고, 이렇게 만든 위스키에서는 소독약(크레졸, 암모니아) 냄새와 같은 피트향이 진해지게 되는데, 이러한 피트향이 강한 위스키들은 시음 순서를 뒤로 미루는 것이 좋은 거 같다. 아무래도 피트향이 강하다 보니 먼저 시음을 하게 되면, 코와 입안에 소독약의 쓴 여운이 너무 오래 남아 다른 위스키의 아로마를 느끼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고기도 양념고기보다 생고기를 먼저 먹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 참고로 앞서 서두에 잠깐 언급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 여행’이라는 책에서 위스키 성지가 이러한 강한 피트향의 싱글몰트 위스키들의 산지로 유명한 스코틀랜드의 Islay 지역으로, 이 지역에서 만들어진 위스키들로는 보모어(BOWMORE), 라가불린(LAGAVULIN), 라프로익(LAPHROAIG), 아드벡(ARdbeG)등이 대표적이고, 모두 강한 피트향을 특징적으로 보여준다. 혹시나 평범한 위스키의 향보다는 다소 난해한 아로마를 느끼고 싶은 분들은 꼭 시음해 보시 길 추천 드린다.

2. 싱글몰트 위스키 시음 시 준비물

싱글몰트 위스키를 시음할 때 필요한 여러가지 준비물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꼭 필요한 것은 위스키 잔과 물 두가지 인 거 같다. 위스키 잔(glass)하면 떠오르는 것이 보통 술집에서 양주 먹을 때 익숙한 스트레이트 잔(Shot Glass)과 얼음을 넣어 먹는 글라스 잔(Old Fashioned Glass)을 먼저 생각하실 거 같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러한 잔들은 위스키 ‘시음’을 위한 잔 보다는 마시기 위한 용도의 잔에 가까운 거 같다. 와인도 비슷하지만, 위스키 역시 시음시에 느끼는 아로마 중 향을 맡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위스키 시음을 위한 전용 잔들이 종류별로 많이 나와 있다. 그 중에서도 최초의 위스키 전용잔으로 제작되어 전세계 여러 위스키 품평회에서 공식잔으로 전문가 들이 이용하는 글렌캐런(Glencairn)잔이 대표적이다. 보기보다 튼튼하게 잘 만들어져 알코올 도수가 높은 위스키를 시음하다, 혹시나 취해서 떨어트려도 잘 깨지지 않는 정도의 놀라운 강도를 가지고 있고, 베이스 부분이 넓고 입구부분은 좁아서 시음시에 아로마를 잘 모아주는 효과가 있다. 유사한 모양의 모조품(?)들이 많아 혹시라도 구입하실 분들은 꼭 정품 마크가 잔 바닥 유리 내부에 새겨진 것을 확인하시는 게 필요하다. 떨어트려 깨지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방법인데, 그럼 결국 사야 하니 정품 마크를 확인하시는 것이 좋겠다. 다음으로 위스키 시음시에 물이 꼭 필요한데, ‘위스키 시음에 왠 물이냐’라고 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위스키를 시음할 때 소량의 물을 위스키에 첨가하면 물과 위스키의 화학작용으로 위스키가 완전히 열리면서 본연의 향과 맛을 극대화시켜준다. 개인적으로 물을 첨가할 때에는 전용 워터 드로퍼(스포이드)를 이용하고 조금씩 물을 계속 넣으면서 그 차이를 느끼고자 하는데, 그러다 보면 결국 취하게 되는 거 같다. 전문가들은 알코올 도수가 35% 가 될 때까지 물을 넣어준다고 하며, 이 알코올 도수가 위스키의 아로마가 가장 잘 느껴지는 도수라고 한다. 참고로 첨가하는 물도 스코틀랜드 Speyside 지역에서 생산되는 글렌리벳 생수가 가장 좋다고 하는데, 현지가 아닌 이상 구하기가 힘들어 개인적으로는 아직 경험을 해보지 못하였다. 대체제로 쉽게 구할 수가 있어 위스키 마니아들 사이에 주로 이용되는 것은 프랑스산 볼빅(Volvic) 생수이다. 인터넷으로 쉽게 주문 가능하니, 한 번쯤 경험해보시는 것도 좋을 거 같다. 개인적으로는 국산 삼다수가 더 입맛(?)에 맞는 거 같다.

<피트향이 강한 대표적인 위스키들과 정품 글렌캐런 잔>

3. 싱글몰트 위스키 시음 과정

위스키 시음 과정은 모든 술이 비슷하겠지만 3단계로 간단히 나누어 볼 수 있을 거 같다. 즉 1단계 눈으로 보고, 2단계 코로 향을 맡고, 3단계 입으로 맛을 느끼는 과정이다. 실제 위스키 전문가들이 하는 각 단계의 과정을 본다면 한단계 한단계가 매우 복잡해서 그러한 것을 다 챙기다 보면, 위스키를 마시며 느끼는 즐거움이 반감되는 거 같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각 단계에서 꼭 챙기는 것들만 몇 가지 이야기 드리고자 한다. 1단계 눈으로 보는 것에서 대부분 위스키 색깔을 중요시하는데, 위스키 색은 오크통에서 숙성 과정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지만, 병입 과정에서 첨가하는 색소에 의해 주로 결정되기 때문에 위스키의 색깔=마케팅 전략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는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위스키 시음 과정 1단계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은 위스키의 다리 또는 눈물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이는 위스키 잔을 천천히 돌리거나 마신 후 잔을 내릴 때 위스키가 잔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을 말한다. 이러한 위스키 눈물이 가늘고 옅으면 보통 가벼운 위스키이고, 두텁게 약간은 느리게 흘러내리면 좀더 진하고 숙성 연수도 오래된 경우가 많다. 2단계 위스키 향을 맡는 과정에서도 여러가지 방법들이 많은데, 이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시하는 점은, 위스키는 아무래도 향이 강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위스키 잔을 코에 너무 가까이 대서 향을 바로 느끼는 것을 피하는 것이다. 잔을 코에서 꽤 떨어트려 향을 느끼고, 향이 조금씩 느껴지는 거리에서 잔을 돌려 위스키 향을 열어주며 느끼는 것이 위스키 고유의 향을 온전히 느끼기에 매우 좋은 거 같다. 마지막 3단계 맛을 음미하는 과정은 개인적으로 특별한 방법이 있지는 않다. 전문가들이 이미 평가해 둔 테이스팅 노트에 적힌 맛들이 입안에 머금은 상태에서 느껴지는 지 집중해보고, 삼킨 후 피니시의 여운이 짧은 지 긴지 정도를 느껴보고자 한다. 위스키의 아로마를 느끼는 과정에서 위스키 아로마 지도와 휠을 이용하는 것도 조금은 전문가적 시각을 가지는데 도움이 되는 거 같다. 아무튼 이러한 3단계의 과정을 거쳐 싱글몰트 위스키 시음을 하고 나면, 꼭 지켜야 하는 마지막 단계가 있다. 그것은 바로 전체 시음이 끝난 이후 충분한 물을 섭취하여 위스키의 높은 알코올 도수를 중화해 주는 것인데, 물을 많이 먹으니 화장실을 여러 차례 가야 하는 수고로움이 발생하지만, 건강하게 오래오래 위스키를 시음하며 즐기려면 가장 중요한 단계라 생각한다. 전문적으로 위스키를 시음하는 분들은 시음이 끝난 후 최소 1~2리터의 물을 마신다고 하니, 그 정도면 결국 맥주 먹고 화장실 가는 격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영국의 디아지오(Diageo)사가 개발한 위스키 풍미 지도와 여러 위스키 아로마 휠 중 한가지>

글을 마무리하며,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고 싱글몰트 위스키를 취미 삼아 공부하며 모으기 시작한지 이제 8년째 접어드니 왠만한 싱글몰트 위스키는 한 번쯤 시음을 해보았고, 가까운 지인이 물어보면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으로 추천을 해주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거창하게 시음노트도 만들어서 하나하나 적으며 즐겼었지만, 이제는 술이 약해져서 그런지 몇 잔만 시음해도 취기가 올라와 순간 순간의 느낌만 짧게 기억하며 즐기는 것이 편한 거 같습니다. 하지만 가끔 집에서 혼자 싱글몰트 위스키를 종류별로 3~4병 까놓고 ‘한잔씩 만 시음해야지’ 하고 시작했다가, 다음날 아침 거실 쇼파에서 아내에게 등 짝 스매싱을 맞으며 깨어 식탁에 놓인 빈 위스키 병을 볼 때면, ‘나는 아직 ‘시음’이라는 의미를 모르는 게 아닐까?’ 라는 반성을 개인적으로 해보기도 합니다. 끝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싱글몰트 위스키 시음 방법에 관한 글이지만, 혹시라도 평소 싱글몰트 위스키에 관심을 가지신 선생님들께 약간의 도움이(?) 되셨으면 하고, 학회 뉴스레터를 통해 개인적인 취미 생활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김의현 의료정보 이사님 이하 위원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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