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균 (한양대병원)
저는 2023년 5월 14일부터 16일까지 노르웨이 베르겐에서 열린 2023 VS (Vestibular Schwannoma) conference에 다녀왔습니다. 2023년 e-newsletter 3월호에서 해외 학회 소개하면서 이 학회 소개를 담당했습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4년에 한번 개최되는 학회이고 북유럽의 낯선 나라인 노르웨이에서 열린다고 해서 가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등록하고 다녀왔습니다.
이번 학회는 4년에 한번씩 개최되는 만큼 알차게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첫째날에는 cerebellopontine angle (CPA)로 접근하는 retrosigmoid, transmastoid, middle fossa approaches에 대해서 3D surgical neuroanatomy 강의가 진행되었습니다. 둘째날부터 본 강의가 시작되었는데, 오전 강의에는 VS treatment의 current evidence 와 EANO guideline을 나란히 강의하면서 tumor의 크기와 모양, 환자의 신경학적 증상에 따라서 ‘surgery vs radiosurgery vs observation’ 중 어느 방법이 더 환자의 예후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update 된 consensus 와 함께 guideline을 제시해주었습니다. 그 이후에 현재 진행중인 clinical trial에 대한 강의가 있었는데, 현재 진행중인 연구 소개와 결과를 보면서 현재 어떤 주제가 관심있고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지 알게 되었고 새로운 연구 주제에 대한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중 단연 인상깊었던 강의는 Norway 의사인 D Dhayalan의 ‘Upfront radiosurgery versus wait-and-scan in vestibular schwannoma’ 였습니다. 내용도 훌륭했지만 Power point의 기본 배경과 기본 글씨체로 최소한의 글을 사용해서 이 학회의 모든 강의 중에서 가장 보기 좋고 이해하기가 쉬운 강의였습니다. 다소 충격을 받은 저에게 앞으로 어떻게 발표를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오후부터는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치료 방법에 따라 (Microsurgical techniques, Radiosurgical techniques, Natural course and epidemiology) 크게 세 방으로 나뉘어서 강의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동안 외과의로서 수술적인 부분에 집중을 했었는데 다양한 치료 방법에 대해서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고, 이는 앞으로 균형 있는 시각으로 환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역시 여러 교수님들의 다양한 수술 동영상을 보면서 배우는 시간이 가장 흥미로운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F Roser 교수님의 ‘Various dissection techniques for large VS in the semi-sitting position’ 강의는 궁금했던 extra-arachnoid dissection technique을 잘 보여주었고 semi-sitting position이라는 다소 생소한 position의 장점을 잘 설명해 주었습니다. 이 학회에서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은 저녁에 이루어진 ‘Gala dinner’ 시간이었습니다. 23개국에서 약 250명의 의사가 참석한 이 학회에서 우리나라는 25명의 의사가 참석했고, 두개저 학회 회장님이신 이비인후과 조양선 회장님을 비롯한 여러 교수님들께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여주는 훌륭한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각 강의의 마지막에 ‘2027 VS(Visit Seoul)’이라는 슬로건으로 다음 학회 개최 의지를 전달했고 그 의지는 ‘Gala dinner’ 시간에 개최지 선정 발표와 함께 아름답게 마무리되었습니다. 개최지 발표 순간에는 ‘우리가 해냈다’는 감정과 ‘4년뒤에 해외에 가지 못하는구나’ 라는 감정이 교차했지만 여러 교수님들과 함께 기쁨을 나눴습니다.
이전까지 북유럽 여행에 대해서 전혀 생각하지 않고 살아왔기 때문에, 이번 첫 북유럽에서의 시간은 정말 뜻 깊었습니다. 경유지로 헬싱키 관광을 할 수 있었고, 도심 항구에서 SAUNA로 몸을 풀고 짧은 도시 투어를 하였습니다. 대관람차에 SAUNA 칸이 있다는 다소 신기한 이야기와 함께, 핀란드라는 나라가 오랜 기간 스웨덴과 러시아의 지배를 받으며 힘들게 발전을 했다는 역사를 알게 되고 우리나라와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맑은 하늘아래에서 여러가지 건물들과 건축물들 내부를 둘러보면서 북유럽에 온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노르웨이에서는 피요르 투어를 다녀왔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려봤었던 설산과 피요르를 직접 그 안에 들어가서 경험하는 순간 자연이 주는 위대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학회지인 베르겐에서는 케이블카를 타고 ‘플뢰옌 산’ 정상에서 베르겐 시내 전경을 관찰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곡가인 ‘에드바르 그리그’ 생가에서 그의 작품을 감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베르겐 사람들은 도시가 주는 이미지와 맞게 여유가 있어 보였고, 너무나도 친절했습니다. 밤 10시에도 밝은 신기한 백야현상을 관찰하면서 긴 하루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도시 곳곳에는 여러 이름 모를 작가들의 작품들이 건물마다 그려져 있었습니다. 비록 유명한 뱅크시의 그림을 찾는 데는 실패했지만, 다양한 장르의 그림을 보는 재미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지금까지 다녔던 학회들과는 달리 이번 학회는 한 질병에 집중하고. 4년에 한번 개최되는 만큼 그동안 update된 최신 지견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고, 개념을 잘 정리할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생소한 장소에서 개최되는 학회를 다녀오면서 새로운 문화와 환경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 해외학회의 또다른 순기능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학회를 계기로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정진해 갈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 뜻 깊은 경험이었습니다. 4년뒤에 서울에서 뵙기를 기원합니다.